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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물도감

🌸 작약 3편 : 중국과 일본의 작약 문화

by vinibee 202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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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의 문화사 – 중국 당나라 궁정과 양귀비의 전설, 낙양의 작약 축제, 그리고 일본 정원과 우키요에 속 우아한 상징까지. 화려함과 기품을 동시에 지닌 꽃, 작약의 동아시아 여행.

작약

1. 중국 당나라 궁정과 양귀비의 작약

작약은 중국에서 일찍부터 ‘부귀화(富貴花)’라 불리며 권력과 화려함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당 현종과 양귀비의 일화는 작약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만들었다. 당대 궁정에서는 꽃의 개화 시기를 맞추기 위해 온실을 짓기도 했는데, 전해오는 이야기 속에서 양귀비는 추운 겨울에도 만개하는 모란과 달리, 봄에만 피는 작약의 덧없음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궁정 시인들도 작약을 주제로 시를 짓곤 했는데, 당대 시인 백거이는 작약을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꽃”이라 칭하며 권세와 아름다움의 절정을 노래했다. 하지만 이 화려함은 잠시뿐이라는 점 때문에, 작약은 동시에 덧없음과 허망함의 상징으로도 읽혔다. 이중적 이미지는 양귀비라는 인물의 생애와 겹쳐지며, 작약은 곧 궁정의 호사와 여성의 아름다움, 그리고 권력의 덧없음을 동시에 담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

2. 중국 문학과 현대 축제 속 작약

송대에 들어서도 작약의 위상은 이어졌다. 소동파, 구양수 같은 시인들이 작약을 노래하며, 이 꽃을 통해 부귀와 권세의 화려함을 풍자하거나 찬미했다. 특히 허난성 낙양은 “작약의 도시”라 불릴 만큼 유명했는데, 매년 봄 열리는 ‘낙양 작약 축제’는 수백 종의 작약이 만개하는 장관으로 지금까지도 중국 전역에서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현대 중국에서도 작약은 단순한 꽃을 넘어, 국가적 이미지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중국 정부가 모란과 함께 작약을 ‘국가적 대표 꽃’으로 지정하려는 논의가 있었을 정도다. 작약은 여전히 화려한 축제와 결합해 부귀와 번영, 그리고 중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3. 일본에서의 작약: 우아한 여성미의 상징

작약은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고, 에도 시대에 귀족과 무사 계급의 정원에서 사랑받았다. 일본에서는 모란이 권세와 무게감을 상징했다면, 작약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여성미를 상징했다. 그래서 작약은 ‘봄의 왕(春の王)’이라 불리며, 우키요에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여성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주 그려졌다. 가쓰시카 호쿠사이나 우타가와 히로시게 같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에는 작약과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함께 등장하며, 이는 화려하지만 섬세한 여성성을 표현하는 도상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작약은 일본의 가문 문양(家紋)에도 활용되었는데, 이는 가문이 번영과 장수를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작약은 중국처럼 권세와 화려함에 집중하기보다, 정원과 회화 속에서 조화로운 아름다움과 정적인 기품을 표현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

4. 중국과 일본의 상징 차이

중국과 일본에서 작약은 모두 화려한 꽃으로 사랑받았지만, 상징은 조금씩 달랐다. 중국에서 작약은 양귀비와 결부되며 권력, 사치, 황후의 위상을 드러내는 ‘궁정의 꽃’이었고, 축제를 통해 국가적 부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발전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우키요에, 기모노, 가몬 등을 통해 주로 여성성과 우아함을 표현하는 쪽으로 쓰였다. 이는 중국이 꽃을 권력과 국가적 위상과 연결하는 데 집중한 반면, 일본은 개인의 기품과 미적 감수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중국에서는 거대한 작약 축제가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정원과 전통 미술 속에서 작약이 여전히 섬세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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