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피고 지는 일일화
나팔꽃의 학명은 Ipomoea nil (일본나팔꽃), Ipomoea purpurea (일반적인 품종)이며 아시아(특히 한국과 일본), 북미, 온대지역에 분포합니다. 길게 자라는 덩굴성 식물이며 줄기는 3~5미터까지 자랄 수 있습니다. 보통 심장 모양 또는 삼각형 모양이며 잎 꽃이 뾰족하며 짙은 초록색입니다. 꽃은 새벽에 피어서 오전 중에 시드는 나팔 모양이며 직경 5~8cm이고 색상은 보라색, 파랑, 분홍, 흰색 등 다양한 편입니다. 6월 말에서 9월 초에 개화하며 아침에 해가 뜨면서 서서히 꽃잎을 벌리고 한낮의 강한 햇볕과 열에 의해 시들어갑니다. 하루만 피고 지는 특성으로 인해 일일 화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나팔꽃은 하루 6시간 이상의 직사광선이 필요하며 반음지에선 꽃이 덜 피고 덩굴만 무성해질 수 있어 볕이 잘 드는 위치가 필요합니다. 배수가 잘 되고 유기물이 풍부한 흙을 좋아하며 너무 습하면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 배수에 신경 써야 합니다. 토양이 마르면 충분히 물을 주는 것이 필요하며 너무 자주 물을 주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여 쉽게 죽을 수 있습니다. 덩굴이 길게 자라므로 울타리, 그물망, 대나무 장대를 세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씨앗은 5~6월 초 심는 것이 적기이며 씨앗은 물에 담가 불려주면 발아율이 높아집니다. 진딧물과 잎말림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꽃으로 자연 친화적 농약 또는 세제물로 대처가 가능합니다.
하루살이 꽃과 덧없는 사랑
일본과 한국에서 나팔꽃은 ‘하루살이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아침 피었다가 금세 지는 모습이 인생의 덧없음, 순간의 소중함과 무상함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나팔꽃의 짧은 생명과 아침에 피고 낮에 지는 특성 때문에 인간 삶의 무상함을 은유하는 시와 설화가 많습니다. 일본 에도 시대 하이쿠 시인인 바쇼(松尾芭蕉)도 나팔꽃을 소재로 한 시를 남겼는데, 하루만 피는 꽃의 순간적 아름다움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했습니다. “아사가오 피었네 / 그대도 나도 이 세상 / 하루살이인걸” 같은 해석이 가능한 시구들이 전해집니다. 덧없는 생명과 맞물려 나팔꽃은 ‘덧없는 사랑’이나 ‘은밀한 이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본 전통 이야기나 민담 중에 나팔꽃이 연인들의 이별이나 다시 만날 희망을 담은 소재로 등장합니다. 한국에선 나팔꽃과 관련된 전설이 많이 전해지진 않지만 관련된 한 구전 설화와 정서가 일부 남아있습니다. 어느 마을에 가난하지만 성실한 청년과 그 집 담장 너머 아름다운 처녀가 살았습니다. 청년은 매일 아침 나팔꽃이 피는 담장 옆을 지나며 처녀를 바라보았고, 처녀도 몰래 나팔꽃 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나팔꽃처럼 하루만 피고 사라지는 듯한 애틋한 사랑으로 끝났다는 이야기가 민간 구전으로 전해집니다.
아침에 피는 꽃, 일본의 아사가오 문화
아사가오는 일본어로 아침에 피는 꽃이라는 뜻이며 에도시대(17~19세기)에는 상류층과 일반인 모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아사가오 축제’가 매년 7월 중순경에 열리며 도쿄 우에노 지역의 아사가오 이치라는 시장이 열립니다.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축제로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여름 꽃 시장이라고 합니다. 아사가오 이치’는 나팔꽃(아사가오) 씨앗과 화분을 파는 행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름 아침 풍경과 꽃을 즐기러 모입니다. 주로 도쿄 우에노의 ‘이시야마데라(石山寺)’ 신사 주변에서 열리며, 수많은 노점상과 꽃가게들이 길가에 꽃을 늘어놓습니다. 다양한 품종의 나팔꽃과 여러 가지 색상의 아사가오가 전시 및 판매된다고 합니다. 전통 복장을 입은 판매자들과 공연, 다도 체험 등도 함께 진행되어 일본 여름 전통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아사가오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문화적 상징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축제 기간 동안 ‘아사가오 품평회’가 열려 희귀 품종이나 독특한 색상의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축제는 여름 아침에 피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축하하고, 자연의 덧없음과 소중함을 기억하는 자리이며 일본인들이 ‘아사가오’ 꽃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찰나의 행복을 다시 생각하는 문화적 이벤트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