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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의 꽃, 해바라기

by vinibee 2025. 7. 6.

 

태양의 꽃, 해바라기

해바라기(sunflower)의 학명은 Helianthus annuus으로 Helios (그리스어로 태양) + anthos (꽃) → "태양의 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바라기는 1~3m까지 자라며 굵은 줄기에 털이 있습니다. 잎은 거칠고 큰 하트 모양이며 줄기와 마주보며 자라며 꽃은 중심의 씨방(갈색 또는 검은색)과 주변의 노란 꽃잎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씨앗은 검은색 또는 줄무니가 있으며 식용으로 사용됩니다. 꽃이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헬리오트로피즘이라고 하며 성장기(씨앗이 발아한 후 꽃이 피기 전의 상태)의 어린 해바라기일 때만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고 성숙하면 점차 방향이 고정됩니다. 아침에는 태양이 뜨는 방향에서 빛을 받기 위해서 동쪽으로 향하며 낮에는 태양을 따라서 점차 서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밤에는 다음 날 해를 맞기 위해서 다시 동쪽으로 회귀하는 운동적 특성을 말하는데 이 주기적인 움직임은 마치 태양을 쫓는 춤과 같다고 합니다. 대부분 식물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을 깨는 꽃의 움직임이라 무척 흥미롭고 재밌는 대목입니다. 해바라기가 움직일 수 있었던 데는 줄기 하부의 세포 신장 작용 때문입니다. 줄기의 동쪽, 서쪽 부분에서 성장 속도가 다르게 조절되며 빛을 덜 받는 그늘진 면의대화, 세포가 더 빨리 자라서 줄기를 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호르몬 옥신에 의해 조절됩니다. 옥신은 빛을 피하는 성질이 있어서 빛이 비춰지지 않는 서쪽에 더 많이 모이며 그 결과 세포가 더 빨리 늘어가서 줄기가 반대방향(빛이 있는 쪽)으로 굽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광합성 효율 극대화, 성장 촉진을 위해 헬리오트로피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과 비극의 꽃

해바라기의 대표적인 꽃말은 숭배, 기다림, 영원한 사랑, 밝은 마음, 존경 등이 있습니다.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드는 모습에서 비롯되어 한 사람을 향한 존경과 동경의 마음을 품었다고 숭배의 의미를 담는 경우가 있으며 항상 같은 방향(태양)을 바라는 모습에서 기다림의 꽃말을 갖기도 합니다. 헬리오트로피즘 때문이지만 해를 매일 쫓는 모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꺾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뜻하여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기도 합니다. 한 철 피어서 결국 지고마는 유한함의 대명사인 꽃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이 인상깊습니다. 꽃말의 뜻처럼 전설속에서도 영원한 사랑을 뜻할까요? 해바라기의 기원 이야기로도 알려진 아폴론과 클리티에의 전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의 요정(님프)이자 오케아노스의 딸인 클리티에는 몰라 아폴론(태양과 예언, 음악의 신)을 흠모하였습니다. 매혹적인 그의 모습을 바로보며 깊은 사랑의 마음을 키워왔지만 어느날 아폴론은 클리티에가 아닌 레우코토라는 요정을 사랑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클리티에는 질투심의 화신이 되며 분노와 상처 끝에 레우코토의 아버지에게 그녀의 비밀 연정을 고발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레우코토는 아버지에게 산 채로 땅에 묻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클리티에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폴론은 더욱 그녀를 외면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죽게 만든 사람에게 어떻게 관심을 줄 수 있을까요? 심지어 그녀의 존재조차 거들떠보지 않게 됩니다. 거절당한 클리티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며 9일 동안 땅에 앉아 태양을 쫓으며 울기만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녀의 모습은 해바라기처럼 자라나,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태양이 지나가는 하늘을 하루 종일 따라보며, 영원히 영원히 아폴론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있습니다.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는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미의 해바라기, 예술적 활용을 찾아보다

색상과 나라별로 해바라기가 상징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노란 해바라기는 가장 일반적인 색으로 밝은 에너지를 띄며 희망, 행복, 충성의 의미를 갖습니다. 주황/ 붉은 해바라기는 태양의 뜨거움을 닮아 열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합니다. 희귀한 흰색 해바라기는 결혼식, 졸업식 등에서 사용되기도 하며 순수한 마음, 새 출발을 의미합니다. 일본에선 애정, 경애, 열렬한 사랑 등으로 표현되며 특히 학생들 사이에 여름방학의 상징으로 많이 쓰이곤 합니다. 프랑스에선 진실한 사랑, 신의에 대한 믿음으로 해석되며 미국에선 태양처럼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상징하며 고백의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한국에선 주로 희망, 기다림, 한결같은 사랑의 대표적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드라마나 시 속에서도 기다림의 꽃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김춘수의 해바라기의 노래에서 보면 '해바라기는 태양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도 그리움도 한 사람만 바라본다'라고 표현합니다. 한결같이 태양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특성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김래원 주연의 해바라기(2006,한국) 영화에서 '해바라기'가 문학적으로 활용됩니다. 전직 조폭이었던 태식이 교도소 출소 후에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면서 과거를 씻으려 하지만 주변의 갈등에 다시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때 해바라기는 어머니의 절대적 사랑과 헌신, 묵묵히 자신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존재, 주인공의 회개와 희망, 사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해바라기는 단순히 영화 제목이 아닌, 영화의 분위기와 정서를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물로써 사용됩니다. 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바라기를 찾아보자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시리즈일 것입니다. 총 11점이나 되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노란 꽃이 담긴 화병 그림들입니다. 해바라기를 통해 우정, 생명력, 정신적 고통 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